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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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의 영탄곡
2014년 10월 05일 22시 47분  조회:2951  추천:1  작성자: 김송죽
 

                          나의 영탄곡

                      김송죽

 

   나는 신세고친 사람이다! 지금은 집에 들어앉아 식솔들에게 지극히 떠받들리우면서 지겹고 즐겁게 글만 써먹고 살아가는 <<문인군자>>로 되었다. 조금만 필을 쉬여도 마누라는 눈이 상큼해가지고 따지면서 독촉이다.

   <<아니, 오늘은 왜 안쓰고 이러오?>>

   얼마나 고마운 감독인가! 전에야 언제? 글을 쓴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울며 불며 빌면서 야단쳤던 불쌍한 마누라가 아니였던가? 그러던것이 지금은 180°로 앵돌아져 몰라보게 변했다. 발벗고 지지하면서 엄한 감독인으로, 자아희생적인 보호자로 나서고있으니. 무엇때문일가? 이 남편을 세계문호로 되라고? 아니다. 마누라는 남편이 그런 감이 아니라는것을 잘알고 있다. 그렇다면? 솔직히 말해서 푼전한잎이라도 더 벌어들이라고, 그래야 숨쉬고 살아갈수 있다고 그러는 거다. 마누라가 이제는 내가 글을 한쪼박써도 그것이 돈으로 변하는줄을 아는것이다. 이 얼마나 훌륭하게 배운 상품의식인가!

   시대는 사람을 이렇게 계몽시켰다.

   돈! 돈! 그놈의 개도 안먹는 돈 때문에 찌들어가는 살림이다. 전에야 어디 이랬던가. 개구리나 두꺼비나 올챙일적엔 어슷비슷 하듯이 너나 나나 세상사람 사는것이 다 이렇거니 자족자만에 얼리워 살면서도 어리석을지경 무지했다만 지금은 아주 달라진 세상이다. 앞다투어 부자가 생기고 못살면 그걸 수치로 알때다. 그래서 욕심도 생기고 승벽도 생기는건데 30년가까운 훈장노릇에 남은것이란 무엇이였던가? 처세를 모르는 고지식한 마음치례에 철필이나 놀리는 그 재간 하나뿐, 그러니 이런 주제에 어디가서 남들처럼 돈을 벌어 잘살아본단말인가. 여기저기 뛰여다녀도봤지만 어두운 밤 바람벽에 코방아찧는 재간뿐이다. 나같은 무재간둥이는 고스란히 제 본분이나 지키며 사는것이 상책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되돌아든게 바로 문학이다. 자신의 지향과 열정과 생명을 다 바쳐야만 하는, 오로지 그래야만 스스로의 존재가 있게 될 이 길을 나는 꾸역꾸역 걸어가고있다. 톺아오르고 있다.

   나는 내 앞에 닥다들인 경제난을 타개해보려고 버둥질을 친다. 진짜 인간수업이다. 작가는 내심으로부터 우러나와 글을 쓴다지만 딱 그런게 아니다. 나는 지금 핍박에 못이겨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말았다. 그래서 해이하지 않고 태만하지 않고 쉬임없이 필을 놀린다. 내 머리역시 하루도 쉬임없이 발동이 걸려있다. 그래서 한편, 두편 글이 나오고 한권, 두권 책이 만들어진다.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기쁜일이 어디 있으랴. 나는 지금 마음껏 글을 쓰고있는 자유인이다. 비록 살림살이는 궁색할망정 스스로 감미로운 향수에 젖어 흡족하게 살아가고있는 사람이다. 이것이 좋다.

   그런데 나를 가난하다고 걱정하고 비웃으며 돌아서라고 권고하는 부자가 있으니 나는 그런 사람이 더 가엽어보인다. 한번은 돈푼깨나 벌었다는 부자가 시물시물 웃으면서 나보고 물는것이였다.

   <<김선생, 원고를 써 돈을 얼마나 버오?>>

   <<벌긴 그저 종이값이나 할지.>>

   <<그런걸 왜 그냥 쓰고있소. 돈이나 벌게지.>>

   그러면서 한잔 낼테니 자기를 좀 신문에 내여줄수 없겠느냐고 슬쩍 사정한다. 불어달라는거다. 나는 어처구니없어 말이 나가지 않았다. 뭐 내글을 눅거리 장난으로 봤던가? 무대아래에서 배우의 연기를 기분좋게 보면서도 그 배우를 놓고 입이 째지게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역시 인간의 변태적심리가 아닐가.

   인간사회 그 자체가 제나름으로 제멋에 겨워 사는 인간들의 집합체로 이루어졌는바 나도 그저 이 세상을 내나름대로 보고 분석할 따름이다.

   돈이 좋기는하다. 그래서 권력으로 돈을 바꾸기도 돈으로 권력을 사기도한다. 인심을 사고 롱락도 한다. 법도 무력해질때가 있다. 백성들앞에서는 지도자답게 너그러운 웃음을 띠우던 <<어른>>들도 번쩍이는 황금에 느침을 흘리다가 그만 포로가 되어버린다.

   공정이란 어디로 갔느냐? 면목이 없으면 돈이 있든지 돈이 없으면 권리가 있든지. 아무튼 그중 한가지는 있어야 어려움이 풀리는 세월인가.

   이 인간세상을 큰 무대라 한다면 천천만만의 사람마다가 제마끔 인생극을 놀고 있는 배우인데 나는 그것을 즐겁게 보고있는 관중이다. 돈한푼 안들이고도 볼수있는 재미있는 극이다. 이보다 더 희한한 구경꺼리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싶다. 나는 구경한 그 감상을 글로 적어보군한다. 그런 재미에 속아 산다.

     오늘도 마누라는 잔치부조할 돈이 없다고 바가지를 긁는다. 허참, 그래서 나는 또 필을 잡는다, 몇글자 긁적거려보려고.

 

                                1990, 4. 12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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